[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경주시 외동읍 개곡1리의 소공원에는 마을 유래비와 함께 한국전쟁 및 월남 참전 선양비, 임진왜란 충의비가 나란히 서 있다. 마을 유래비에는 역사와 이곳서 배출된 인물 이름이 적혀 있다. 선양비와 충의비에는 목숨을 걸고 나라와 마을을 구한 위인들 이름이 새겨져 있다.
견정필(84) 개곡1리봉사단장은 “우리 마을은 예부터 나라와 마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주민 모두가 하나가 돼 용감히 싸워왔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온 조상들께 마을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은 후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견 단장은 지회 수석부회장으로 봉사할 당시 분회장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지회와의 소통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소속의 개곡1리봉사단은 2024년 4월에 창단됐다. 단원들은 개곡1리경로당 남자회원들로서 평균 나이가 75세이며, 모두가 도시로 나가지 않고 마을을 지킨 토박이들이다.
우종기(76·개곡1리경로당 총무)단원은 “우리는 군대를 다녀온 기간만 빼고는 마을밖으로 나간적 없이 지금껏 농사를 짓고 있다”며 “우리가 태어난 마을을 떠나지 않고 조상이 물려준 땅을 잘 지켜내겠다는 각오 같은 것이 모두의 마음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마을을 관통하는 개곡천의 제초작업과 소공원 일대의 청소, 꽃길 조성 등의 환경정화 활동을 해오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청소를 위해 모이는 날도 있다.
오장필 단원(개곡1리경로당 회장)은 “우리가 활동한 이후로 하천도 많이 정화가 됐고, 마을 분위기도 한결 환해졌다”며 “특히 도시로 나간 출향인들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변화된 마을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봉사단을 조직하게 된 배경도 마을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농촌인구가 줄면서 마을을 유지·관리해줄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진우 단원은 “부녀회와 청년회가 연 2~3회씩 곳곳을 청소해 우리 마을은 어디를 가나 일 년 열두 달 깨끗했다”면서도 “그러나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청소할 일손이 부족해져 노인들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견 단장은 “빈집도 늘어나고, 일손도 부족하지만 우리 봉사단은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마을과 이웃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봉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승회 경주시지회장은 “개곡1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마을”이라며 “어르신들이 그런 자부심을 갖고 봉사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젊은 세대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